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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국수 만드는 법- Dec 31th 2008

지난 번 월남 국수에 대한 글을 쓴 다음 날, 버지니아 주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LA 중앙일보사로, 샌프란스시스코 중앙일보사로, 그리고 이곳 새크라멘토 주재기자를 거쳐 가까스로 나랑 통화가 되었다는 그녀가 말했다.

 

"월남국수에 대한 글을 잘 읽었는데 그 요리법을 좀 알 수 없을까요?"

H여사는 만약 월남국수집을 차리거든 같이 동업을 하자는 메일을 보내왔고 내 웹사이트에도 요리법을 나누어 달라는 글이 서너개 올라왔다.

요리법을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두 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내 월남국수가 다른 사람 입에도 잘 맞을까, 하는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이야 일 주일에 닷새를 먹으래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지만(그 중 J씨는 2인분을 먹고도 모자라 국수 따로 국물 따로 해서 투고까지 늘 해간다)정통 월남국수와는 멀어도 한참이나 먼 내 월남 국수요리법을 다른 이들도 좋아 할까.

두 번째는 너도나도 월남 국수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므로인해 월남 국수집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얼마 전에 우리가 단골로 가던 월남 국수집 여주인을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우리들이 발길을 끊으므로 매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한 번 갔다하면 예닐곱 명이 보통이었고 적어도 일 주일에 두 세번은 갔었으니까.

먹기는 좀 많이 먹나.



스프링 롤 등 온갖 애피타이저(appetizer)를 몇 접시씩 시켜 먹은 후 국수는 모두 다 곱빼기로 주문해 배를 채웠으며 후식으로는 한 잔에 3불 이상하는 아이스 커피까지 머리 수대로 마셔댔으니 주인이 울상을 지을만도 하다.

그녀는 간곡한 얼굴로 '불경기에 음식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가격을 좀 조정해 줄 수도 있으니 제발 예전처럼 다시 돌아와 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그러나 당신 식당의 매상을 줄게 한 장본인이 바로 여기 있소, 하고 시인할 수 없었던 나는 그냥 실실 웃으며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게 진작에 화학 조미료 좀 작작 쓰지.....

자, 지금부터 월남국수 만드는 법을 공개하려고 한다.

사실은 '만드는 법'이랄 것도 없다. 그냥 한국의 잔치국수 비슷하게 만들면 되니까. 굳이 비법을 대라면 국물에다 새우젓과 칠리소스를 넣는 다는 것이랄까.

우선 재료부터. 쌀국수, 숙주, 양파, 파,다시 멸치,무, 다진 마늘, 칠리 소스,고수(실란트로),새우젓,익힌 새우와 생선묵, 그리고 튀긴 양파와 후춧가루 약간이다.

양은 각자 알아서 넣으면 된다. 짜게 먹는 사람, 싱겁게 먹는 사람,맵게 먹는 사람등 입맛이 각각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정해진 양을 넣으라는 것은 무리이겠다.

일단은 큰 냄비에 멸치와 무를 넣은 다음 물을 가득 붓고 한참 끓인다. 무와 멸치를 건져낸 국물에 양파를 좀 많은 듯 하게 썰어서 넣고 다시 끓인다.

물이 끊을 동안 쌀국수를 뜨거운 물에 서너번 휑구어(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소쿠리에 받쳐서 물기를 뺀다. 그리고 대접에 숙주와 생선묵,그리고 익힌 새우, 고수를 적당량 담고 그 위에 쌀국수를 얹는다.

그때 쯤이면 냄비의 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는데 이때 새우젓과 칠리 소스를 적당량 넣어 간을 맞춘다.(보통 칠리 소스는 먹을 때 넣는데 미리 국물에 넣어서 끓이게 되면 매우 깊은 맛이 난다)그 다음 한 소큼 더 끓인 후 다진 마늘을 넣으면 국물이 완성된다.

국수가 푹 잠길 만큼 국물을 푼 다음 후춧가루와 캔에 든 튀긴 양파, 그리고 잘게 썬 파를 약간 뿌리면 아주 훌륭한 맛의 월남국수가 되는 것이다.

월남국수는 건강에도 매우 좋은 것 같다.

주재료인 쌀국수에는 콜레스트롤과 트랜스 지방이 아예 제로이고 대신 섬유질이 풍부하단다. 특히 국물에 듬뿍 들어가는 양파가 혈압을 낮추는데 그만이라는데 실제로 고혈압인 J씨는 내 월남국수를 먹은 날은 놀라울 정도로 혈압이 떨어진단다.

오늘따라 날씨가 춥고 을씨년스러워 뜨끈하고 얼큰한 월남국수 생각이 간절히 난다.

국수하는 기척이 보이면 또 다들 우르르 몰려 올테니까 오늘은 대문 꽁꽁 닫아 걸고 몰래 혼자서만 살짝 해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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